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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고덕신도시

 

평택 고덕 국제 신도시로 이사 오면서 "KTX역이 생긴다더라"는 말을 믿었던 분들,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국가가 약속했던 인프라가 18년째 멈춰 있는 이야기,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18년째 멈춘 KTX 경기남부역, 누가 책임져야 하나

고덕 국제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된 건 2000년대 초반입니다. 당시 정부는 평택에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를 이전받는 대신, 지역 발전을 위한 신도시 조성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KTX 경기남부역 부지가 2008년 국토부 고시로 확정됐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었는데, 확정 고시가 난 부지가 지금도 그대로 유보지로 남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2009년에 이미 타당성 검토가 끝났다는 점입니다. 당시 타당성 검토 결과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립니다. 초기 검토에서는 사업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10년 국토부는 경제성 부족(BC/0.68)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 수치인지부터가 이 사안의 첫 번째 쟁점입니다. 기술 검토 결과도 문제없음으로 나왔고, 예상 공사비도 당시 기준 약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 됐습니다(정확한 금액은 조사 시점마다 차이가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왜 18년이 지나도록 삽 한 번 못 떴을까요? 제가 파악한 구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역사 건립 비용 부담 주체가 LH와 경기도로 설정되어 있으나, LH는 "돈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 고덕 신도시 지분 구조는 LH 약 85%, 경기도시공사 약 8%, 경기도 약 2%, 평택 도시공사 약 5%로, 사실상 LH가 주 사업 시행자입니다.
  • 경기도는 과거 경기남부역 예산으로 약 3,000억 원을 배정했다는 발언이 있었으나, 실제로 LH에 단 한 푼도 투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간담회에서 확인됐습니다.
  • 국토부와 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수도권 광역교통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국토부 산하 기관)는 "반대하지 않는다, 단 BC값과 재원 조달 방안이 먼저"라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들은 주민들의 분노는 "해 달라"가 아니라 "약속을 지켜라"였습니다. 신도시 분양 광고에도 KTX 역사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었고, 분양가 자체에 교통분담금이 이미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고덕에서 인천공항까지 기차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 외국 기업 홍보 자료에 버젓이 실려 있습니다(출처: KOTRA 공식 홈페이지). 국가가 외국 기업에는 이렇게 홍보해 놓고, 정작 실제 입주민에게는 아직도 "검토 중"이라고 하는 상황이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LH의 태도에서 제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고덕 신도시 개발로 LH가 벌어들인 수익이 추정치 기준 최소 2조, 많게는 4조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역사 건립 비용이 현재 추산 기준으로 3~4,000억 원 수준인데, 그 수익으로 이 정도도 못 짓겠다는 논리가 성립하는지 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란 대규모 재정 사업의 경제성·정책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인데, LH가 새롭게 예타에 들어간 것도 주민들은 "어차피 BC값이 안 나오게끔 짜맞추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의심이 근거 없는 것인지, 저도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만 보면 그냥 넘기기 어렵습니다.

요약하면 2008년 국토부 고시로 확정된 KTX 경기남부역 부지는 타당성 여부(BC값 1.46 vs 0.68)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LH의 재정 기피와 책임 주체 불명확으로 18년째 착공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3단계 우미린이 들어오는 지금, 고덕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고덕 국제 신도시 3단계에 우미린 프레스티지가 공급되면서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차로 돌아봤는데, 3단계 부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윤곽을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맞은편에는 119 소방서가 들어와 있고, 우체국과 KT 건물도 순차적으로 입주 중입니다. 시청과 시의회 이전 부지도 올해 가을 착공이 예정돼 있어서, 유동 인구 측면에서는 앞으로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우미린 프레스티지는 초등학교·중학교가 도보권에 위치하고, 한박산 중앙공원(약 20만 평 규모)과도 가깝습니다. 3단계 안에서 입지를 따질 때 상위권에 올라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착순 계약이 가능해진 이후 하루에만 약 40건의 계약이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거주 수요 자체는 분명히 살아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돌아보고 느낀 건, 외관상 채워지는 것과 실질적 인프라 완성은 여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아파트가 먼저 들어서고 그다음에 도로와 기반 시설이 따라오는 역순 개발은 신도시에서는 이례적입니다. 단지 앞에 전기 설비 구조물이 완공 전 상태로 방치돼 있고, 지식산업센터 건물 바로 옆으로는 KTX 열차가 방음벽 하나 없이 5~10분 간격으로 통과합니다. 입주 후에야 알게 되는 소음 환경, 그 안에서 통화도 제대로 못 하며 근무하는 분들 얘기를 듣고 저는 LH의 인허가 기준 자체를 의심하게 됐습니다.

2030년 개교 예정인 국제학교 부지도 있고, 탄약고(알파 탄약고, 미 공군이 사용하던 군사시설) 이전 이후 해제된 군사시설 보호구역도 순차적으로 개발에 들어갑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란 군 시설 주변으로 건축·개발 행위를 제한하는 구역으로, 이 구역이 해제되면 그만큼 개발 가능 면적이 늘어나 도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출처: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 호재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분위기가 좋아진 틈을 타 LH가 앵커 시설을 조용히 아파트 부지로 전환하는 흐름입니다. 실제로 고덕에서 당초 계획에 있던 앵커 시설들이 하나씩 삭제되거나 변경되어 온 전례가 있었습니다.

LH가 대형 공공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분양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주거 시설을 축소해 온 패턴은 세종시 상가 공실 사태에서도 확인됩니다. 세종시 상가 공실률은 전국 최상위권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구조적 원인으로 수요 예측 실패와 공급 과잉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고덕이 다르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우미린 프레스티지 공급과 탄약고 이전은 고덕 3단계의 긍정적 신호이지만, 역순 개발·앵커 시설 삭제·소음 문제 등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덕 국제 신도시 문제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건 KTX역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가 약속한 도시 인프라를 18년 동안 이행하지 않은 채 아파트 분양 수익만 가져간 구조, 그 구조를 묵인해 온 경기도와 국토부의 소극적 태도, 그리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 온 입주민들의 이야기입니다.

3단계 우미린 프레스티지 공급이 이어지고 탄약고 이전 호재가 더해졌지만, 저는 낙관보다는 감시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시설이 또 조용히 삭제되지 않는지, 예타 결과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 놓은 채 나오는 건 아닌지, 국토위와 대광위가 이행 점검 약속을 이번엔 실제로 지키는지 확인해야 할 지점이 아직 많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고덕 국제 신도시 KTX 경기남부역 관련 공청회나 주민 간담회 일정을 지속적으로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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