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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등기부등본을 볼 때 '근저당권'이라는 단어를 보면 그냥 넘겼습니다. 대충 대출 잡혀 있나 보다, 정도로만 이해했거든요.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분당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매도자 금융'이라는 방식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제가 얼마나 근저당권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근저당은 단순히 대출의 흔적이 아니었습니다.
근저당 의미 — 저당권과 무엇이 다른가요?
등기부등본을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저는 '저당권'이라는 단어는 거의 보이지 않고 전부 '근저당권'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둘은 쓰임새 자체가 다릅니다.
저당권은 딱 한 번의 거래에 쓰입니다. 예를 들어 5억 원을 빌리면 정확히 5억 원에 대한 담보를 설정하는 방식이죠. 거래가 끝나면 효력도 사라집니다. 반면 근저당권(根抵當權)은 뿌리 '근(根)' 자가 붙은 만큼, 한 번 설정해 두면 여러 번의 거래 관계를 포괄합니다. 은행이 부동산의 발목을 뿌리째 쥐고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근저당권에서 핵심은 '채권최고액'입니다. 채권최고액이란 실제 빌린 금액이 아니라, 이자와 연체료까지 감안해 최대로 회수할 수 있는 한도를 미리 설정해 둔 금액입니다. 그래서 실제 대출액이 5억이라면 채권최고액은 보통 그 120%인 6억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등기부만 보고는 현재 대출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중간에 대출을 갚았더라도, 등기에서 말소되지 않는 한 근저당권의 효력과 우선순위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갚았다고 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에서 틀렸습니다. 말소 등기 확인까지 해야 비로소 안전한 겁니다(출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 저당권: 일회성 거래, 채무 상환 시 즉시 효력 소멸
- 근저당권: 다수 거래 포괄, 말소 등기 전까지 효력 유지
- 채권최고액: 실제 대출액이 아닌 최대 회수 한도액 (통상 실제 채권액의 120%)
- 우선순위: 개별 채권 발생일이 아닌 근저당 설정일 기준으로 소급 적용
매도자 금융 — 이번에 처음 들어보셨나요?
이번 논란에서 저도 처음 제대로 접한 개념이 바로 '매도자 금융(Seller Financing)'입니다. 매도자 금융이란 집을 파는 쪽이 사는 쪽에게 잔금을 담보 설정 방식으로 유예해 주는 거래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잔금은 나중에 줘도 되는데, 대신 내가 이 집에 근저당을 잡아둘게"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분당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매수인이 잔금 17억 7천만 원을 바로 마련하지 못하자, 해당 금액만큼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잔금을 나중에 받기로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완전히 가능한 거래 방식입니다. 잔금이 들어오면 근저당도 즉시 해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왜 논란이 되었을까요? 저는 그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25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로, 현행 대출 규제상 2억 원 이상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매수인이 일반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구조 자체가 현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규제를 만든 쪽이 그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출처: 국토교통부).
반론도 있습니다. 이번 거래처럼 매수인이 기존 보유 아파트를 처분하는 시점과 잔금 납입 시점 사이에 시간차가 있을 경우, 매도인이 잔금을 담보로 근저당을 잡는 것은 부동산 거래에서 드물지 않은 안전장치라는 시각입니다. 특히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 대상이어서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전에 등기가 완료되어야 했던 특수한 사정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특수 상황은 일반 거래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등기부 확인 — 어디서 멈추면 안 되나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제가 다시 점검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볼 때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저는 예전에 '현재 사항'만 떼어 보고 안심했던 경우가 있었는데, 이게 꽤 위험한 습관이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뗄 때는 반드시 '말소 사항 포함' 옵션으로 발급해야 합니다. 말소된 항목들 속에 가압류(假押留) 이력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압류란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해 채무자의 부동산을 임시로 동결시킨 조치로, 집주인이 과거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말소되었더라도 이 이력 자체는 조심해야 할 신호입니다.
가처분(假處分)은 조금 다릅니다. 가처분이란 법원이 소송 확정 판결 전에 임시로 내린 처분으로, 등기부에 나타나는 것은 주로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입니다. 소유권을 두고 형제간 상속 다툼이 있었다가 말소된 경우처럼, 말소된 가처분은 오히려 분쟁이 깔끔하게 정리됐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위험하다고 본 패턴은 따로 있습니다. 근저당권이 여러 은행에서 중복 설정되어 있거나, 채권최고액이 억 단위가 아닌 천만 원 단위로 아주 소액인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집주인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세 계약 전 이 부분만큼은 반드시 직접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저당권이 설정된 집에 전세 들어가도 괜찮은가요?
A. 근저당권 자체가 있다고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채권최고액과 전세금을 더한 금액이 해당 부동산 시세의 70~80%를 넘는다면 경매 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근저당 말소를 약속받더라도 실제 등기 말소 확인 전까지는 잔금을 치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Q. 매도자 금융 방식은 일반인도 활용할 수 있나요?
A.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거주 중인 1주택자라면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잔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등기를 이전해야 하고, 그 기간 동안 다른 거처가 확보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안처럼 관저 거주 등 별도 거처가 있는 경우에 적용 가능한 구조로 보아야 합니다.
Q. 집주인이 융자 갚고 근저당 말소해준다고 하는데 믿어도 되나요?
A. 대부분은 약속대로 진행되지만, 아주 드물게 말소 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잔금을 건네는 시점에 동석해 실시간으로 말소 등기까지 완료되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약속만 믿고 잔금을 먼저 치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등기부등본에서 가압류와 가처분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가압류는 채무 불이행, 즉 돈을 못 갚아서 생기는 조치이고,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은 소유권 분쟁(상속·공유 지분 다툼 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소된 가압류 이력은 집주인의 신용 리스크 신호로 보는 것이 맞고, 말소된 가처분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경우도 있어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법원 사건번호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근저당권과 채권최고액은 부동산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이 곧 안전하다거나 모범적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논란이 의도치 않게 '매도자 금융'이라는 방식을 대중에게 알린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강남 일대에서 이 방식을 활용한 매물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좋은 거래 방식이 될 수도 있지만, 이 구조가 어떤 상황에서 위험해질 수 있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것들이 빠르게 대중화되는 시대, 그만큼 기초 지식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