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용인-진입로 없는 아파트

 

10년 전, 퇴직금을 털어 시골 고향에 500평짜리 땅을 샀습니다. 지인 소개에 중개업자 말만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뼈아픈 실수로 남아 있습니다. 땅은 누군가 "오른다"고 말할 때 사는 게 아니라, 직접 공부하고 확인한 뒤 사야 한다는 걸 그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맹지 실패, 그리고 토지투자가 어렵다는 편견

제가 산 땅은 맹지였습니다. 맹지(盲地)란 도로와 전혀 접하지 않아 법적으로 건축 허가가 불가능한 토지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사방이 남의 땅으로 막혀 있어서 차도 못 들어가고 집도 못 짓는 땅입니다. 당시 저는 이 개념조차 몰랐습니다. 중개업자가 "앞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고, 지인이 보증을 섰으니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격 변동 거의 없음, 대나무 밭이라 농사도 못 짓고, 멀어서 관리도 못 해 사실상 방치 상태입니다. 이 경험이 있고 나서야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이라는 문서가 왜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이란 해당 토지에 어떤 용도 지역이 지정되어 있고 어떤 행위 제한이 걸려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공문서입니다. 관할 관공서나 국토교통부 토지이음 서비스에서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데, 저는 그걸 계약 전에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토지투자가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아파트는 네이버 부동산에 시세가 바로 뜨지만, 땅은 옆 필지와 가격이 수천만 원씩 차이 나기도 하고, 같은 동네라도 용도지역이 어떻게 지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활용 가치가 극단적으로 달라집니다. 이런 비교 불가능성 때문에 시세 파악 자체가 어렵고, 그 빈자리를 중개업자의 말이 채우는 구조가 생겨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공부만 제대로 하면 이 진입장벽이 오히려 기회가 됩니다. 아파트처럼 누구나 시세를 알고 달려드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용도지역과 도로 접면 여부, 그리고 해당 지역의 개발 계획 세 가지인데, 이걸 직접 관공서에서 확인하고 들어갔다면 제 실수는 애초에 없었을 겁니다. 저처럼 중개업자 말만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 절대 반복하시면 안 됩니다.

  • 맹지 여부: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지적도로 도로 접면 여부 직접 확인
  • 용도지역 확인: 개발행위 가능 여부는 용도지역에 따라 완전히 달라짐
  • 개발 계획 조회: 관할 시·군·구청 도시계획과 방문 또는 국토이음 열람
  • 현장 답사: 지도만 보지 말고 반드시 직접 발로 확인
요약: 토지 계약 전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도로 접면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중개업자 말만 믿은 맹지 실패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토지 수익성의 원리, 그리고 동탄 아파트로 방향을 튼 이유

맹지 실패 이후 저는 한동안 토지에는 손도 안 댔습니다. 대신 공부를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아파트와 토지의 가격이 서로 어떻게 연동되는지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은 크게 토지와 건물로 구성되는데,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발생합니다. 감가상각이란 건물이 낡아가면서 그 가치가 줄어드는 현상으로, 철근콘크리트 구조 기준으로 통상 연 2~2.5% 수준으로 가치가 감소한다고 봅니다. 반면 토지는 아무리 써도 소모되지 않는 비소모성(非消耗性)이 있습니다. 비소모성이란 토지가 사용이나 시간 경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마모되거나 소멸하지 않는 특성을 말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이 원리를 이해하고 나니 아파트 값이 20년이 지나도 오르는 이유가 설명됐습니다. 건물은 감가 되지만 그 아래 땅값이 더 크게 오르기 때문입니다. 서울 성수동의 경우를 보면, 2009년 기준 힐스테이트 성수 55평이 약 12억 원이었는데 2022년에는 53억 원대까지 오른 사례가 있습니다. 같은 기간 인근 토지 가격은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아파트 상승률이 수 배였다면, 토지는 그 이상이었던 겁니다.

토지 수익성이 높은 구조적 이유는 용적률(容積率)에 있습니다. 용적률이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로, 예를 들어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이 1000%라면 100평짜리 땅에 총 1000평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개발업자가 토지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분양가격이 25% 오르면 건축비는 거의 그대로인데 토지 매입 가능 금액은 60%가 넘게 뛰는 구조가 여기서 나옵니다.

이런 공부를 하고 나서 저는 토지 대신 동탄 신도시 아파트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당시 판단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시라는 점이었습니다. 현재 동탄은 인프라가 절반 정도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봅니다. 아파트 추가 건설 부지가 많이 남아 있고, GTX-A 노선이 개통되었지만 연계 교통망은 아직 공사 중인 곳이 많습니다. 자율주행 시범 운영 계획까지 더해진다면 도시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 고소득 직장인들이 동탄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꾸준해서, 실수요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이 마음을 놨습니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 움직임은 솔직히 걱정됩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부동산 세금을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흐를 경우, 다주택자뿐 아니라 1 주택자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토지투자가 좋다, 아파트가 낫다는 이분법보다는 본인이 공부한 만큼만 투자하는 게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토지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이 생기기 전에는 아파트가 진입장벽도 낮고 레버리지 활용도 수월합니다. 레버리지란 대출이나 전세 보증금처럼 타인의 자본을 활용해 자기 투자금 대비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주식은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럽지만, 아파트는 전세 레버리지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더 접근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요약: 토지는 비소모성과 용적률 덕분에 아파트보다 장기 수익률이 높지만, 공부 없이 들어가면 맹지 실패처럼 10년을 묶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맹지도 나중에 가치가 오를 수 있지 않나요?

A. 맹지도 인접 토지와 합병하거나 도로가 새로 개설되면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가능성을 기대하고 사는 건 도박에 가깝습니다. 10년이 지나도록 아무 변화가 없었고, 그사이 기회비용은 고스란히 날아갔습니다. 출구 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토지는 처음부터 피하는 게 맞습니다.

 

Q. 토지투자와 아파트투자, 어떤 게 더 유리한가요?

A. 장기 수익률만 놓고 보면 같은 지역 기준으로 토지가 아파트보다 상승률이 높다는 게 수치로 확인됩니다. 다만 토지는 레버리지 활용이 제한적이고 시세 파악이 어렵습니다. 반면 아파트는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어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수월합니다. 토지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공부가 된 다음에 토지로 넘어가는 게 순서라고 저는 봅니다.

 

Q.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은 어디서 확인하나요?

A.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토지이음(eum.go.kr) 사이트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주소만 입력하면 용도지역, 개발행위 허가 기준, 각종 규제 사항이 한 화면에 정리됩니다.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이것부터 직접 확인하는 게 가장 기본입니다.

 

Q. 동탄 아파트, 지금 사도 늦지 않았나요?

A. 이미 많이 올랐다는 시각도 충분히 있고, 저도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동탄은 아직 도시 인프라 완성도가 절반 수준이라고 보는데, GTX 연계 노선과 각종 생활 인프라가 추가로 완성되는 시점에 가격이 한 단계 더 조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의 세금 정책 방향이 변수라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토지라는 것은 공부한 만큼 보이고, 모르는 만큼 당합니다. 저는 그걸 퇴직금을 날릴 뻔한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중개업자의 말은 참고 자료일 뿐이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열람과 현장 답사는 절대 생략할 수 없는 기본기입니다. 기본기 없이 들어간 투자는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10년을 묶어 놓을 수 있습니다.

저는 동탄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토지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레버리지 구조가 명확하고 시세 파악이 쉬운 만큼 공부의 시작점으로 적합합니다. 토지는 그 공부 위에서 용도지역과 개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다음에 접근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부의 세금 정책 변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투자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단지 더 꼼꼼하게 따져야 할 이유가 늘어난 것입니다.

참고: https://youtu.be/9 ngBP9 QQurI? si=_VUH1 rPjf0 Ie4 PYT

 

 

같이 보면 좋은 글

 

1. 동탄 아파트 급등 (상승배경, 지역분석, 투자전망)

2. 부동산 투자와 실거주 (레버리지, 투자와 실거주, 전세전략)

3. 용인 아파트 투자 (반도체 클러스터, 미분양, 개발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