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오른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2022년에 준공 물량이 줄었는데 집값은 오히려 폭락했습니다. 저도 그 시기에 대출 이자를 감당하면서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공급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르게 움직이는 변수가 있다는 것을. 그게 바로 금리였습니다.
수요공급의 함정 - 공급이 줄었는데 왜 집값은 떨어졌을까
집값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따라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공급 부족. 제가 직접 집을 장만했을 때도 주변에서 "지금 안 사면 더 오른다, 물량이 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불완전한 설명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때 가격이 오릅니다. 여기서 핵심은 수요라는 변수입니다. 공급은 착공 시점에 준공 물량이 대략 확정되기 때문에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수요는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나 있는지, 어느 수준이 적정한지도 알기 어렵고, 무엇보다 늘 변합니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가장 직접적인 것이 기준금리입니다. 기준금리(Base Rate)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과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기준이 되는 금리로, 시중 대출금리 전체를 움직이는 뿌리입니다. 2022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에서 3.25%까지 약 1년 만에 올렸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그 결과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갔고, 새로 진입하려던 수요도 계산이 맞지 않아 멈췄습니다. 수요가 증발하면 공급 물량이 줄어도 집값은 내려갑니다. 제가 그 시기에 원리금을 갚으며 생활비를 대출로 충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공급 감소만으로는 집값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 — 수요가 동시에 줄면 가격은 하락한다
- 기준금리 인상은 기존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키우고 신규 수요를 막는 이중 충격을 준다
- 미분양 증가는 수요 이탈의 결과이자 심리 악화의 원인이 되어 시장 침체를 가속화한다
밸류에이션으로 집값 읽기 - 아파트는 채권이자 주식이다
집값이 적정한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저는 이 질문을 집을 사고 나서야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파트를 주식이나 채권처럼 분석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거든요.
밸류에이션(Valuation)이란 어떤 자산의 적정 가치를 수익과 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주식에서는 배당수익률과 금리를 비교하듯, 아파트에서는 월세 수익률과 기준금리를 비교합니다. 월세 수익률이란 연간 월세를 집값으로 나눈 값입니다. 역사적으로 국내 선호 지역 신축 아파트의 세전 월세 수익률은 기준금리보다 약 1% 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 통계).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금리가 낮은 구간에서 1% 포인트 오르는 것과, 금리가 높은 구간에서 같은 폭이 움직이는 것은 체감 충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자 비용이 1%에서 2%로 오르면 100% 증가지만, 5%에서 6%로 오르면 20% 증가에 불과합니다. 이를 볼록성(Convexity)이라 합니다. 금리가 낮을수록 작은 변화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를 뜻합니다. 0.5%에서 3%로 오른 이번 인상은 과거 어느 사이클보다 집값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세 역시 채권의 속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받는 순간 채무자가 되고, 세입자는 채권자가 됩니다. 여기서 이자는 현금이 아니라 월세를 안 내도 되는 주거 서비스로 지급됩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가 오르면 전세가도 하락 압력을 받습니다. 저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살 때 이런 구조를 몰랐고, 결국 금리 인상기에 고스란히 그 부담을 짊어졌습니다.
금리전망과 실전대응 - 금리가 내린다고 집값이 바로 오를까
많은 분들이 금리 인하 시점을 집값 저점으로 동일시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금리가 내린다는 신호가 오면 채권시장은 거의 즉각 반응합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다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점도표를 보면 윤곽이 보입니다. 점도표란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들이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각자 점으로 표시한 전망치입니다. 이것이 일반인의 예측과 다른 무게를 갖는 이유는, 실제로 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망 기준으로 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속도입니다. 2022년처럼 예상을 넘어서는 속도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시장은 준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반대로 천천히 오른다면 충격은 분산됩니다.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금리를 한두 차례 내렸다고 해서 집값이 바로 반응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세 수익률이 여전히 기준금리보다 훨씬 낮다면, 즉 집값이 여전히 고평가 영역에 있다면 금리 인하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거나 아예 체감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금리가 자율적으로 형성되게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초저금리 시절에는 은행에 돈을 묻어두는 것이 사실상 손해였고, 그 돈이 부동산으로 몰렸습니다. 지금은 반대 방향이 되었는데, 문제는 그 전환이 너무 급격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거치기간이 없어지고 원금 분할상환이 의무화되면서 실질 부담이 훨씬 커졌습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것이 죄가 된 것 같은 분위기, 제가 직접 느낀 감정입니다. 세금을 내며 경제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결국 국가 운영 자체가 흔들린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오르는 게 맞지 않나요?
A. 맞는 말이지만 조건이 붙습니다. 수요가 있을 때 공급이 부족해야 집값이 오릅니다. 2022년처럼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수요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공급이 줄어도 집값은 하락합니다. 수요와 공급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금리가 내리면 집값도 바로 오르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월세 수익률이 여전히 기준금리보다 크게 낮은 상태, 즉 집값이 아직 고평가된 상태라면 금리가 한두 차례 내려도 집값은 즉각 반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3.25%에서 2.75%로 내렸을 때 집값 침체가 이어진 전례가 있습니다.
Q. 전세 가격은 왜 오르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건가요?
A. 전세는 채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기준금리가 꾸준히 내려가면서 전세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금리가 오른 2022년 이후 전세가가 하락한 것은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금리 상승이 채권인 전세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Q. 월세 수익률로 집값 적정가를 어떻게 계산하나요?
A. 연간 월세를 집값으로 나누어 세전 월세 수익률을 구합니다. 이 수익률이 기준금리보다 약 1%포인트 높은 수준이 역사적 균형 범위였습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가 3.25%라면 수익률 4~4.5% 수준이 균형점이 되고, 이를 역산하면 현재 월세 기준의 적정 집값이 나옵니다. 물론 금리와 월세가 변하면 이 계산도 달라집니다.
결론
집값을 공급과 정책으로만 설명하는 시각은 절반짜리 지도입니다. 제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금리 인상기를 버티고,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으며 살아보니 금리가 얼마나 일상을 바꾸는지를 숫자가 아닌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집값을 판단할 때 저는 월세 수익률과 기준금리의 간격을 먼저 봅니다. 그 간격이 충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라면, 어떤 호재가 나와도 집값의 무게중심은 아직 내려앉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금리가 오르냐 내리냐 보다, 얼마나 빠르게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냐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한 번쯤 상상해 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준비입니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버티는 힘은 결국 근거 있는 판단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